남의 잘못은 중요하고 나의 허물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나를, 다른 이의 막말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웃자고 하는 소리"로 남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나를, 무시로 반칙하며 살면서도 세상엔 원칙의 청진기를 대는 나를.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욕망의 관성에 따라, 감정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려 한다. 소심할 뿐인 성격을 착한 것으로 착각하고, 무책임함을 너그러움으로 포장하며, 무관심을 배려로, 간섭을 친절로 기만한다.
요즘 동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 서점에서 끌리는 책을 살 것. 요즘 핸드폰 스크린타임을 줄이려는 노력과도 연결되는데 책, 서점이 주 팔로워인 내 인스타는 (어쩔 수 없이) 갖가지 홍보된 책들이 가득하다. 광고에 이끌리지 않고, 내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의 리스트에 이끌리지 않고 살아보는 것이 요새 내 주된 화두이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탈락이였지만(여기 저기서 꽤 많이 본 책이다.) 책을 펼쳐서 몇 문장 읽는 순간 살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불안하고 두려울수록 말입니다. 잊지 마세요. 당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기뻐하고, 고통받은 만큼만 진실입니다.
흔들리지 말자라는 다짐을 수 없이 하면서도 흔들린다. 아직 내가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여서 그럴 것이다. 내 눈으로 진실을 보기 전까지 타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이토록 어렵다.
같은 냄새가 나더라도 누구는 맡지 못하고, 누구는 참을만하고, 누구는 절대 못 견딘다. 특히 음식이나 쓰레기 냄새도 아니고 사람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하면 밑도 끝도 없어진다.
혹시 내가 다른 이들을 향해 "금 밟았어!"를 합창하고 있지는 않는가. "무슨 냄새 안 나느냐"며 코를 막고 있진 않는가.
"실력을 쌓아서 일을 정말 잘한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세요. 좋은 기사 많이 쓰고요. 그러면 나쁜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거예요."
뻗뻗한 대나무가 부러지는 것을 여러번 봤다. 갈대 같이 유연하면서도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분명한 자기 기준이다. 자기 기준이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무리 힘 있는 사람이 뭐라고 압박해도, 내 자신의 욕망이 뭐라고 유혹해도, 떄로는 흔들리면서도 가야 할 길을 간다. 중간에 경로를 이탈하더라도 내비게이션이 다시 경로를 재설정하듯이, 자기 기준만 잃지 않으면 끝내 목적지에 도착한다.
읽으면서 몇 번이고 책 앞의 표지로 돌아갔다.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책 제목이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에 박혔다. 사람을 자꾸 인간으로 잘못 기억하게 되었다. 사람이란 말을 입으로 굴리고 또 굴렸다. 나는 얼마나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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